
[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매일 아침저녁, 우리는 피할 수 없는 '만원 전철'이라는 치열한 생존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비좁은 객차 안에서 타인과 어깨를 부딪치고 발을 밟히는 일은 으레 겪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지고, 날카로운 짜증이 불쑥 솟아오르곤 하지요.
하지만 모두가 예민해져 있는 그 숨 막히는 공간에서도, 타인을 향해 먼저 맑은 웃음을 건네는 따뜻한 시선이 있습니다.
사과
출퇴근 시간
만원 전철 안에서
발을 밟혔다
먼저 웃었다
당신이 디딜 곳을
내가
딛고 있어서.
_류시연
류시연 시인의 '사과'는 각박한 출퇴근길의 익숙한 풍경을 완전히 새로운 시선으로 뒤집어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 발을 밟혔다면 화를 내거나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일 텐데, 화자는 오히려 "먼저 웃었다"고 담담히 고백합니다.
그 웃음의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이 디딜 곳을 내가 딛고 있어서"입니다. 나의 피해와 불편함을 탓하기보다, 비좁은 공간에서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해 당황했을 타인의 처지를 먼저 헤아린 것이지요. 발을 밟힌 사람이 도리어 미안해하며 미소를 짓는 이 역설적이고 아름다운 상황은, 이기심으로 굳어진 우리의 마음을 단숨에 녹여 내립니다.
이 짧고 강렬한 시 속에는 늘 강조하는 '존중'과 '배려'의 본질이 깊이 스며있습니다. 진정한 인권과 존엄의 시작은 결코 거창한 구호에 있지 않습니다. 나와 어깨를 부딪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고단함을 이해하려는 작은 마음의 여유, 역지사지의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당장 내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치거나 발을 밟히게 된다면 어떨까요. 찌푸린 얼굴 대신, 시인처럼 넉넉한 미소를 먼저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요.
먼저 내어준 작은 배려와 웃음이 도미노처럼 번져, 우리의 팍팍한 일상을 조금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오늘 하루, 내 주변 사람들을 향해 먼저 미소 짓는 다정한 시그널을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시인 소개

류시연 시인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상 속 스쳐 지나는 찰나의 순간들을 따뜻한 배려의 시선으로 빚어내는 시인입니다. 윤보영시인학교 감성시 과정과 한국감성시협회 '아하시 1기'를 수료하며 다정한 언어들을 섬세하게 다듬어 왔으며, 문경아자개장터 디카시 공모전에서 입상하며 그 감각을 널리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한국감성시협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공저 시집 ‘그대 그리움엔 무엇이 담겼을까’와 ‘오늘도 아하!’를 통해 각박한 현실에 지친 독자들에게 넉넉한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