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황혼

시간이 빚어낸 보석 같은 인연


봄바람이 벚꽃잎을 흩날리던 그 시절, 우리는 처음 만났다. 고등학교 교정에서 마주친 여섯 개의 영혼은 서로 다른 꿈을 품고 있었지만, 같은 하늘 아래서 웃고 울며 청춘을 함께 나누었다. 그리고 졸업과 함께 찾아온 군대라는 또 다른 시련의 땅에서, 우리는 더욱 단단한 끈으로 연결되었다.

 

<일러스트: antnews>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사무엘 울만

그때는 몰랐다. 교실 뒤편에서 나누던 장난스러운 대화가, 훈련소에서 함께 흘린 땀방울이, 휴가 때마다 만나 털어놓던 진솔한 이야기들이 5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우리를 지탱해 줄 든든한 뿌리가 되리라는 것을.

 

세월의 강을 건너며

이제 우리는 60대 후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머리는 하얗게 세었고,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깊이 새겨져 있다. 누군가는 정년퇴직의 여유로움 속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고, 누군가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며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또 누군가는 평생의 꿈이었던 개인사업에 전념하며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3개월마다 돌아오는 우리만의 특별한 날이 있다. 분기별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추억이라는 이름의 보물상자

모임 때마다 우리는 시간 여행자가 된다. 고등학교 시절의 말썽꾸러기 에피소드부터 군대에서의 혹독했던 훈련 이야기까지, 50년 전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누군가 한 명이 "그때 말이야..."라고 운을 떼면, 나머지 다섯 명의 눈빛이 순식간에 20대로 돌아간다.

 

"진정한 우정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다." - 존 맥스웰

 

웃음 속에 때로는 아픔도 스며든다. 지난 세월 동안 각자가 겪었던 크고 작은 시련들, 가족을 잃은 슬픔, 사업의 실패, 건강상의 문제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정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황혼을 향해 함께 걸어가며

이제 우리 앞에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 지금의 이 순간들이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깨달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눈다. 여행을 계획하기도 하고, 봉사활동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도 나온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이다.

 

"인생은 호흡하는 횟수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숨이 멎을 만큼 감동적인 순간들로 측정된다." - 마야 안젤루

 

영원히 계속될 이야기

우리 앞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함께이기 때문이다.

분기별 모임은 이제 우리에게 생명수와 같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젊어지고, 다시 꿈을 꾼다. 여행 계획을 세우고, 봉사활동을 논의하고, 손자들 이야기에 웃음꽃을 피운다.

 

모임에서 우리는 약속한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이 모임을 계속할 것이라고. 그리고 마지막 남은 사람은 다른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후손들에게 전해주겠지.

 

영원한 봄날

50여 년 전 벚꽃이 흩날리던 그 봄날, 우리가 한 약속은 이렇게 지켜지고 있다. 머리는 희끗희끗해졌고, 주름은 깊어졌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여전히 그때 그 소년들의 것이다.

우리의 우정은 시간을 이겨냈다. 거리를 이겨냈다. 변화를 이겨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겨낼 것이다.

 

돌아오는 우리들의 모임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진짜 소중한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라는 것을. 바로 이런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라는 것을.

 

황혼이 지고 어둠이 와도, 우리에게는 따뜻한 빛이 있다. 그것은 바로 50년을 함께 걸어온 이 소중한 사람들이 주는 빛이다.

그 빛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고 있다.

 

 

 

박 종훈,최 진호, 한 호수, 임 종만. 윤 봉섭 그리고 ......



작성 2025.08.02 06:58 수정 2025.08.0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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